[원뉴스=임새벽 대표기자] 단 3박 4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여행이었을 시간이 53명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는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 일본 규슈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국인(GUKIN)' 23기 장학생들은 취재진이 예상했던 '정답을 맞히는 학생'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역사적 장벽을 대화로 허물고, 서로의 다름을 '피곤하지만 아름다운 마찰'로 승화시킬 줄 아는 예비 리더들이었다. 20년 넘게 민간 차원에서 이토록 단단한 인재 네트워크를 유지해온 국인만의 리더십 설계 비결을 분석했다.
의자를 치우니 소통의 광장이 열렸다…'스탠딩 뷔페'의 철학
연수 첫날 저녁, 식당에 들어선 학생들은 당황했다. 넓은 홀에 식탁만 있을 뿐 의자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규슈대학교 나탈리 코노미 부총장의 치밀한 기획이었다.
"앉아 있으면 주변의 서너 명하고만 대화하게 되지만, 서서 움직이면 훨씬 더 많은 사람과 자유롭게 섞일 수 있습니다."
의자를 치우는 불편함이 오히려 소통의 임계점을 낮추는 트리거가 된 것이다. 규슈대 학생 30여 명과 국인 학생 50여 명은 대화 주제 카드를 들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서로의 경계를 허물었다. '의자 없는 뷔페'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라,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실천하는 훈련장이었다.
유창한 영어보다 무거운 '자기 생각'의 힘
김재홍 교수는 이번 연수의 핵심이 '정답 찾기'가 아닌 '자기 생각 전달'에 있음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유창한 발음이나 문법에 집착하는 대신, "K-POP 소비는 관광객의 시선일 뿐"이라거나 "리더는 휘어지되 부러지지 않는 나뭇가지 같아야 한다"는 본인만의 철학을 꺼내놓았다. 언어의 장벽은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사유의 무게'는 국경을 넘기에 충분했다.
헌신적 '악역'과 철저한 '안전'이 만든 자유
이승환 대표의 '안전 제일주의'는 이러한 엄격함의 밑바탕이 되었다. 선배들이 헌신적으로 구축한 안전이라는 단단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학생들은 그 안에서 마음껏 토론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1기부터 23기까지 이어지는 이 끈끈한 '헌신적 리더십'은 국인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였다.
1분간의 진심, 그리고 새로운 리더의 탄생
연수의 마지막 날, 53명의 학생은 1분씩 마이크를 잡았다. "나를 규정하던 국적과 전공을 떼어내고 진짜 나를 만났다"는 고백부터 "불편한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현장은 뜨거운 성찰의 열기로 가득 찼다.
국인(GUKIN)은 이제 단순한 학생 단체를 넘어, 대한민국 리더 양성의 독보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풀지 못한 숙제를 청년들이 단 4일 만에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저력은, 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지지와 후원이 왜 필요한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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