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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새벽 칼럼] 룰의 이면, ‘선호’와 ‘결선’ 사이 숨겨진 정치 방정식

임새벽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6/07/10 [18:06]

[임새벽 칼럼] 룰의 이면, ‘선호’와 ‘결선’ 사이 숨겨진 정치 방정식

임새벽 대표기자 | 입력 : 2026/07/10 [18:06]

임새벽 원뉴스 발행인·대표기자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바로 ‘경선 룰(Rule)’이다. 늘 그래왔듯, 룰을 둘러싼 싸움은 명분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본질은 정교한 정치적 셈법의 충돌이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쏘아 올린 ‘선호투표제’ 도입을 두고 당내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 이 논쟁은 제도적 효율성과 당헌·당규를 둘러싼 원칙론적 대립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 후보 진영의 명운이 걸린 역학관계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전준위가 제시한 선호투표제(Ranked-choice Voting)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순위를 매겨 제출하는 방식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며 그 표를 2순위 후보에게 즉석에서 재배분한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결선투표를 단 한 번의 투표로 해결할 수 있으니, 선거 과열을 막고 비용을 줄이자는 명분은 꽤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이에 맞서는 진영, 특히 정청래 후보 측은 원칙론을 내세운다. 당규에 결선투표가 명시되어 있는데 당헌·당규 개정 절차 없이 전준위가 임의로 룰을 바꾸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치에서 순수한 원칙론이나 효율성만이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논란의 진짜 본질은 '탈락한 후보의 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가'에 있다.

 

현재 경선 구도는 김민석·송영길 후보와 정청래 후보 간의 치열한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 만약 선호투표제가 도입되어 1순위 개표에서 3위로 탈락한 후보가 발생하면, 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2순위 표는 남은 비(非)정청래 후보에게 즉시 흡수된다. 지지층이 겹치는 두 후보의 표가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자동 연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1차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정 후보 입장에서는 합산으로 인한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불리한 시나리오다.

 

반면 기존 결선투표제로 진행될 경우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1차 투표가 끝나고 2차 결선투표가 열리기까지 수일간의 공백기가 생긴다. 이 시간은 단순한 일정상의 유예가 아니라, 탈락한 후보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고심하는 숙고의 시간이자 후보 간 연대가 일어나는 정치적 공간이다. 정 후보 측이 결선투표를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3위 후보가 탈락하더라도 그 표가 100% 상대방을 향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독자 노선인 자신들이 표를 흡수하거나 타협할 여지가 생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호투표제 논란은 시스템을 통한 합산으로 이변을 만들어내려는 측과, 결선투표라는 정치적 완충지대를 지켜내려는 측의 생존 게임이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춰 게임의 규칙을 흔들거나 이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당원과 국민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어떤 룰이 자신에게 유리한가를 따지는 정밀한 계산기가 아니다. 어떤 제도 위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대중적 파괴력과 비전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개표기의 정교한 필터링이 아니라, 민심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정공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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