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노동' 혹은 '불안정한 삶'…플랫폼 노동자, 법의 사각지대에 서다급성장한 플랫폼 경제의 그늘, 노동권 보호와 산업 혁신 사이의 위태로운 줄다리기
[원뉴스=임새벽 대표기자] 배달 앱을 켜고 30분 만에 음식을 받고, 클릭 한 번으로 내일 새벽 도착할 상품을 주문한다.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든 플랫폼 경제는 수십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국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플랫폼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법적 보호망에서 소외된 채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원할 때만 일하는 사장님"… 현실은 'AI 상사'의 통제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자유계약에 따라 원할 때만 일하는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한다. 출퇴근의 의무가 없고, 자신의 장비(오토바이, 차량 등)로 일하며,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배달 라이더 A씨는 "자유롭다는 말은 허울일 뿐"이라며 "결국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정해주는 콜을 거부하면 불이익(배차 제한)을 받고, 실시간 평점 관리에 시달린다. 보이지 않는 'AI 상사'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고용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지만, 업무 배정, 수수료, 심지어 해고(계정 해지)까지 플랫폼의 일방적인 결정에 좌우된다.
사고 나면 ‘본인 책임’… 사회안전망의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산재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며, 사고가 나도 치료비와 생계는 오롯이 노동자 개인의 몫이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 혜택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정부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복잡한 적용 절차와 플랫폼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 사회의 필수 인력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과 생계는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여있는 셈이다.
'혁신 후퇴' vs '최소한의 보호'… 엇갈리는 해법 해법을 두고 각계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플랫폼 업계는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4대 보험 등 고용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유연한 플랫폼 모델이 붕괴하고 비용 증가로 인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신의 후퇴'라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주요 선진국들처럼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거나,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제3의 지대'를 설정해 맞춤형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맞선다.
기술은 질주하는데, 제도는 걷는 중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지체' 현상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플랫폼 경제가 우리 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 안에서 땀 흘리는 이들을 언제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는 없다.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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