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46시간 단수 사태가 남긴 것… 수자원공사의 '무단 단수'와 '아마추어 행정'
파주시 "사전 통보 없이 밸브 잠가 피해 키워"… 지자체 무시한 일방통행 도마 위 구호용 생수마저 표기 오류로 빈축… 시민 불신 자초한 '총체적 난국'
임새벽 대표기자 | 입력 : 2025/11/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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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광역상수도 누수 사고 관련 대책 회의 모습. 이날 김경일 파주시장과 박정 국회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 측에 예고 없는 밸브 차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시민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보상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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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뉴스=임새벽 대표기자] 지난 14일 발생한 고양시 광역상수도관 파손 사고가 46시간의 '물 대란'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구조적인 '불통'과 안일한 '위기 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관로 파손을 넘어, 사후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공사 측의 난맥상이 사태를 '인재(人災)'로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자체 '패싱'한 밸브 차단… 골든타임 놓치게 해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정보 공유의 부재'다. 17일 파주시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사고 직후 누수를 막기 위해 파주로 향하는 광역 공급밸브를 차단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파주시에 어떠한 사전 협의나 즉각적인 통보도 없었다는 점이다.
수도 공급 시스템상, 상류에서 밸브를 잠그면 하류 지자체의 배수지 수위는 급격히 떨어진다. 파주시는 영문도 모른 채 물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맞았고, 급격히 줄어드는 배수지 수위를 확인한 뒤에야 사태 파악에 나설 수 있었다. 사실상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공사 측의 독단적 결정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17일 대책 회의에서 "최초 누수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협의 없이 밸브를 차단한 것이 피해 확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강하게 성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공기업이 지자체를 유기적인 협력 대상이 아닌 단순 관리 대상으로 치부해 온 관행적 '행정 편의주의'가 낳은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구호 생수 관리도 '구멍'… 안전 불감증 여전
수자원공사의 허술한 관리 체계는 구호 물품 지원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단수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지급된 일부 생수 상자에 유통기한이 지난 날짜가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 측은 "내용물은 정상이지만 포장 상자 인쇄 과정의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난 상황에서 가장 기초적인 구호 물품의 검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공사의 기강 해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시민 A씨는 "먹는 물을 관리하는 곳에서 날짜조차 확인 안 된 물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끊이지 않는 사고, 신뢰 잃은 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과거에도 잇따른 탁수 사고와 녹조 대응 미비 등으로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아왔다. 이번 파주 단수 사태는 공사의 위기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파주시와 박정 국회의원은 이번 사태를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인재'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와 수자원공사 사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단순 실비 보상이 아닌 영업 손실 등 실질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자원공사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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